- 원희룡 장관 " LH가 매입한 임대주택, 내 돈이었으면 이 가격에는 안 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이한준)가 매입한 임대주택 가격이 비싸다고 직격탄을 날린 가운데, 이 문제를 진즉부터 지적해왔던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은 부임 직후, 이같은 매입임대제도의 문제때문에 SH의 주택매입을 전면 중단하고 제도를 정비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헌동 SH 사장 [사진=녹색경제]](/news/photo/202301/300596_331311_3310.jpg)
김헌동 SH사장은 이날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존 주택을 철거한 후 신축주택을 사주기로 약정하는 매입임대 정책은 건설업자 중심의 제도다. 1억원에 지을 수 있는 주택을 왜 2억원, 3억원에 사들여야 하느냐"며 30일 이같이 밝혔다.
SH는 여러차례의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택지조성원가와 건축원가를 상세히 공개한 바 있다. 이번에 LH가 사들인 매입주택 단가는 SH가 공개한 분양원가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추정됐다.(1.25일자 녹색경제신문 '[팩트체커스] LH 미분양 주택 매입, 문제는 가격...자칫 수조원 혈세 낭비할 판')
김헌동 사장은 "매입주택 정책은 약정 방식이 아니라, 최저가 입찰이나 경매 방식을 도입해 기존에 1채 사들일 돈으로 2채, 3채를 사들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공공임대 주택을 확보할 수 있고, 임대료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정부가 주택공기업에 세금을 대주고, 비싼 값에 기존주택 철거후 신축 약정하는 방식을 통해 '무늬만 매입임대'인 수만 가구를 사들여 비리와 부패의 여지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 시절부터 이 문제에 대해 거듭 지적해왔다.
김 사장은 지난 2021년 11월 SH사장으로 취임한 직후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여러차례에 걸쳐 분양원가를 공개해왔다. 지난해에는 국토부가 할당한 매입임대 주택 6000채 중 850채(15%)만 매입한 뒤 사실상 매입을 중단한 상태다.
김 사장은 이를 통해 아낀 예산을 작년 여름 집중 호우 때 문제가 드러났던 반지하주택 주거민들의 주거안정 등을 위해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사진=원희룡 SNS 갈무리]](/news/photo/202301/300596_331310_3136.png)
앞서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LH가 매입한 임대주택, 내 돈이었으면 이 가격에는 안 산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LH를 직격했다.
원희룡 장관은 "LH가 악성 미분양 상태인 강북의 어느 아파트를 평균 분양가 대비 12%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했다는 기사를 읽고, 내부 보고를 통해 사실을 확인했다"며 "세금이 아닌 내 돈이었다면 과연 지금 이 가격에 샀을까? 이해할 수 없다. 결국 국민혈세로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질타했다.
원 장관은 이어 "매입임대제도는 기존 주택을 매입해 주거취약계층에게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임대하는 주거복지제도로,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분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운용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어떤 기준으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철저히 검토하고, 매입임대제도 전반에 대해 국민적 눈높이에 맞도록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