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자금회수 지연…자본적정성 우수한 편

부동산 시장 불황에 현대차증권의 자산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2년간 투자를 늘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이 저조한 분양률을 기록하면서 자금회수가 지연된 탓이다.
지난 3분기 현대차증권의 고정이하자산 규모는 전년 대비 두 배(108%) 이상 증가한 788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47개 증권사 중 BNK, 다올투자, 하나증권 다음 4번째로 증가폭이 크다. 같은 기간 전체 자산 대비 고정이하자산 비율도 기존 2.4%에서 4.3%로 약 두 배 증가한다.
증권사가 보유한 자산은 채무상환능력 등을 고려해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총 5가지로 나뉜다. 이 중 연체 기간 3개월 이상인 고정자산부터 부실채권으로 분류된다.
잠재부실자산(연체 1~3개월)이 늘면서 요주의이하자산 규모도 급증했다. 지난 3분기 1261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49.5% 증가했다. 2019년 말(113억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11배 뛴 셈이다.
2019년 0%에 그치던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요주의이하자산-충당금) 비중은 2020년 1.1%, 2021년 6.5%, 2022년 3분기 9.2% 등으로 가파르게 확대된다.
현대차증권은 코로나19로 인한 부동산 시장 호황에 관련 투자를 늘려왔다. 2020년 6153억원에 그치던 우발부채 규모는 2021년 8477억원, 2022년 3분기 8559억원까지 증가한다. 대부분 유동성이 아닌 신용공여형 채무보증으로 3분기 자기자본 대비 비중은 69.6%다.

문제는 금리인상 등으로 주로 지방에 몰린 사업장이 저조한 분양률을 거두면서 자금회수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긴축에 나선 2021년부터 세종시 복합시설 개발 건(340억원), 울산 대학로 오피스텔 개발 건(130억) 등이 분양률 저조로 부실자산으로 분류됐다. 작년에는 화성시 장안면 공동주택 개발(150억), 동탄2 신도시 복합시설 개발 건(280억) 등이 같은 이유로 잠재 또는 부실자산에 편입됐다.
다만 회사의 재무건전성은 탄탄한 편이다. 대표 자본적정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 3분기 441.0%로 당국 기준치를 4배 웃돈다. 3개월 이내 현금화 가능한 유동성자산을 부채로 나눈 유동성 비율도 120.8%로 최근 5년간 12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모회사인 현대차그룹의 재무적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회사의 지분 49.4%를 보유한 대주주로 과거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확충을 지원한 적 있다. 또 현대차증권이 그룹 계열사의 퇴직연금 운용이나 소규모 IB(기업금융) 딜을 처리하는 등 사업적 연관성도 짙은 편이다.
다만 가장 큰 변수는 회사의 부동산자산이 대부분 중·후순위, 브릿지론 등 질적 위험이 높은 군에 속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경기악화에 따른 연쇄적인 부실이 우려되는 요인이다.
이에 현대차증권 측은 부실자산으로 지정된 사업장에 대해 공매나 미분양 담보대출 전환 등을 통한 회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업계 전반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현재 무조건적인 연장보다는 공매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채권 회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